1. 줄거리
고등학교 1학년인 다카오는 비가오는 날이면 1교시를 빼고, 전철역에서 미리 내려 우산을 쓰고 신주쿠 공원으로 간다. 그곳에서는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했던 꿈을 스케치한다. 비가 오던 7월의 어느날도 전철역에서 내려 공원으로 갔고, 유키오를 만난다.
그녀는 조금 이상했다. 아침부터 맥주에 초콜릿이라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하지만 그뿐이었다. 다카오는 늘 하던대로 구두를 그렸다. 비가 오는 날, 항상 그곳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이상하다 생각했던 그녀와 어느 때부터인가는 도시락을 같이먹고, 꿈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녀 '유키오'는 직장에서 벌어진 오해와 마음의 상처로 맥주와 초콜릿 외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이 잘못한 건 없었지만 오해로 발생한 난감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있었다. 집에 있을 수도 없고, 직장에 나갈 수도 없었던 그녀는 신주쿠 공원에서 비오는 어느날 다카오를 만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들의 이야기와 인연이 쌓인다. 다카오는 유키오에게 자신이 만든 구두를 선물하기로 한다.
비가 물러가는 계절이 오면서 다카오와 유키오는 의외의 장소에서 재회한다. 유키오는 다카오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고전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로 근무했으나, 학생과의 갈등에서 만들어진 루머로 휴직을 했던 것이다.
다카오는 혼란스럽고 화가 났고, 유키오는 다카오에게 미안했다. 비가 오는 날 그들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2. 작품 · 감독에 대하여
'언어의 정원'은 '감성 애니메이션 장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13년 발표한 서정성 짙은 애니메이션이다. 아직도 애니메이션을 '아동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성인관객을 불러모으는 감독은 몇 되지 않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 몇 안되는 감독 중 하나다.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46분으로 다소 짧으나 이야기의 전개에 모자라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짧은 러닝타임이 애니메이션이 끝난 후에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여운을 남기는 장치로 작동하는 것 같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의 공통점은 아련한 배경음악과 주인공 사이의 간질간질한 긴장감, 빛의 조절로 만드는 환상적인 공간설정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평가도 받지만 미야자키 감독의 거시적인 세계보다는 개인과 개인, 그들을 둘러싼 공간에 더 집중한다.
'첫사랑'이 주는 애잔함을 스토리에 가장 잘 녹이는 감독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이 누구이건 신카이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다음 마음이 촉촉해지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으로는 데뷔작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 '별의 목소리(2002)', '초속 5센티미터(2007)', '별을 쫓는 아이(2011)', '너의 이름은(2016)' 등이 있으며, 2023년 3월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언어의 정원'은 '감성 애니메이션 장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13년 발표한 서정성 짙은 애니메이션이다. 아직도 애니메이션을 '아동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성인관객을 불러 모으는 감독은 몇 되지 않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다.
3. 감상 후 : 비가 만든 공간, 비가 이어준 말들
'언어의 정원'은 '비'의 공간이다. 비가 가린 하늘, 비에 반사된 나무와 사람, 비가 모여 내린 작은 물웅덩이의 물결들, 벤치 지붕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 그 모든 것이 다카오와 유키오가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빗소리는 벤치 밖의 소리를 차단하기도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의 말에는 집중하게 한다.
다카오는 그 공간에서 유키오에게 구두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꿈을 향해 제대로 나아갈 힘을 얻었고, 유키오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인간은 외롭다. 그냥 타고난 외로움이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여러 감정으로 외로움을 뒤로 밀어두는 사람이 있고, 외로움을 나름 즐기고 사는 사람도 있고, 외로움을 어쩌지 못해 한 몸이 되는 사람도 있고 외로움을 '처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내 몸 어딘가에 외로움이 머무는 방을 하나 내주고 산다. 뭔가에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비가 주는 차단과 안온함으로 나만의 세상과 언어를 구축했던 시절이 있었다. 비의 세상을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간절하게 기다렸었다. 지금 전처럼 비가 그립지 않은 것은 비가 만들어준 공간에서 다카오와 유키오처럼 비가 오지 않아도 자신의 말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에너지와 마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